곱슬머리가 숏컷 하기 전
미리 준비할 사항들
1) 긴머리에서 숏컷으로 순간이동은 하지말자
연착륙을 위한 중간단계 (단발머리).
내평생 숏컷을 해본 일이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무리한 시도를 저지르고 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내가 숏컷을 잘 관리할 수 있는지 실험해 볼
연착륙단계거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바로 단발머리였다.
너무 짧지도 너무 길지도 않은
귀 밑 넉넉한 기장의 단발머리는
긴 머리의 느낌이 남아있으면서도
머리가 짧을 경우 스타일링도 가늠할 수 있었다.
사실 단발머리의 스타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단발머리는 머리 스타일 중 관리가
제일 어려운 점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무게 덕분에 머리가 들뜨지 않고 정돈되는 긴머리에 비해
단발머리는 가벼우면서도
길이가 아예 짧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흩날리고 딱 지저분해 보이기 좋은 스타일인 것이다.
중학교 때 교칙으로 단발 길이를 유지했던 시절
머리 관리가 힘들었던 기억이 생생한지라
그 이후에는 머리를 절대 어깨 위로 자른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더이상 매직펌은 하지 않기로 결심했고
내머리는 이미 윗머리는 붕 뜨고
아래는 매직펌으로 쭉 뻗는
강제 샤기컷스러운 심각한 곱슬과 매직펌의
부조화상태였기 때문에
이를 방관할 수 없었다.
결국 선택은 커트 하나뿐이었다.
CGM을 변형한 나만의 방식
코코넛오일 컨디셔닝과
scrunching 그리고 손가락 코일링을
믿고 갈 수 밖에 없었다.
뭐 만약 눈뜨고 볼 수 없는 스타일이 된다면...
그때 다시 쿨하게 매직펌하지 뭐.
당시 나랏님이 주신 재난지원기금을
이번 시도에 요긴하게 쓸 요량이었다.
굳은 결심을 하고 가장 가까운 헤어샵을 방문했다.
이미 앞머리는 곱슬곱슬상태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매직펌한 부분을
귀밑 5센티 정도까지 잘라달라고 요청했다.
나의 머리상태를 보고 당연히 매직펌을 제안하지 않을까
그러면 바로 단호하게 그냥 잘라달라고 해야지
듣지도 않은 제안을 미리 짐작하고
두근두근 굳게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스타일리스트는 의외로 어떠한 펌 제안도 없이
단지 "이제 매직펌 안하시게요"라고 묻기만 했다.
코로나 여파로 헤어샵 방문 빈도를 줄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그런 현상이 있는가보다 생각했다.
스타일리스트는 아래 매직펌이 살아있으니
층을 내기보다는 일자로 자르겠다고 했고 나는 동의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동의라기보다는
부동의할 자신이 없다는 말이 맞았다.
사실 내 곱슬머리에 어울리도록
약간 스타일링을 요청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 헤어샵이 곱슬머리에 최적화된 곳도 아니고
(더 정확히 말하면 곱슬머리를 살리는 커팅을 하는
헤어샵은 몇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매직펌이 남은 부분은 일자로 자르는 것이 맞기도 하고,
왠지 헤어샵에서는 내 의견을 말하기가 주저되기도 하고
(헤어샵에서 혼나는 기분이 든다는 인터넷 글들이
종종 보이는 걸 보면 나만 그런건 아닌 것 같다.
순전히 내 핑계일수도 있지만)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스타일리스트에 커팅을 맡기기로 했다.
잘려나가는 머리카락들을 보며
이제 정말 매직펌과는 이별이구나 했는데...
머리를 다 자르고 나서 마무리는
전형적인 한국 헤어샵 방식의 고데기 스트레이트였다.
CGM을 완벽히 역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열기구를 쓰지 않겠다고 결심한 나였지만
이미 스타일리스트가 당연한듯이 고데기로
내 머리를 쭉쭉 펴고 계셨고
나는 아무말 없이 그 시술을 받아들였다.
사실 그 스타일리스트가
나의 CGM을 알 리도 없었으니까.
아 헤어샵에서 왜 나는 항상 이리 작아지는가.
여하튼 이게 마지막 고데기일거라며
나만의 긍정회로를 돌리면서 헤어샵을 나왔다.
2) 준비가 되었다면 CGM에 관한 확신을 가지자. 불안해하지 말자.
과감하게 머리는 잘랐지만
결국 고데기에 의해 내 머리는 잠정적으로나마
다시 인위적 직모로 돌아간 상태였다.
머리하러 가기 전 나의 모습을 생각해보니
역시 고데기로 손질한 머리가 깔끔해보였다.
호기롭게 인위적 직모와는 결별을 선언했지만
다시금 고데기로 관리된 직모를 보니
한켠에서 다시금 불신의 속삭임이 들렸다.
"너 진짜 매직펌과 고데기를 떠날 수 있겠어?"
오늘은 직모로 약속장소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겠지만
내일은 당장 곱슬머리로 회사에 간다.
매직기라는 고데기의 다른 이름처럼
마법에서 풀린 신데렐라
(내가 공주란 의미는 결코 아니다)처럼
재투성이가 되어버리는건 아닐까?
가벼워진 머리를 흩날리면서도 이런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결심한 대로 가기로 다짐했다.
익숙한 매직펌이 오르페우스의 하프처럼 달콤하더라도
뒤돌아보지 않고 하데스의 동굴을 걸어나가리라.
곱슬머리로 나선 첫날
머리를 자른 다음날 아침 머리를 감으면서
새삼 머리를 자른게 실감났다.
무게가 훨씬 가볍고 세정이 훨씬 쉬워졌던 것이다.
거의 30년에 가까운 시간을 긴머리로 살아와서인지
이머리가 내머리 같지 않은 기분이었다.
나만의 CGM수정안대로
타월드라이때 머리를 쥐었다 펴준 후
드라이어는 찬바람만 쐬어주었다.
긴머리였다면 찬바람만으로는 잘 안말랐겠지만
머리길이라 짧아진 덕분에 쉽게 말랐다.
그 다음은 빗질없이 코일링.
머리를 자르기 전 생각해두었던대로
머리의 웨이브결을 최대한 살리면서
약간 젖은 머리칼을 손가락을 돌돌 말아주었다.
스타일링 결과는? 두둥~
오래 유지해 온 긴머리에 비해
산뜻하고 가벼운 느낌이었다.
관리하는 방법을 몰랐던 어린시절과 달리
수정안으로 예쁘게 컬을 살리니
관리방법을 몰랐던 중학생 시절 단발머리보다
훨씬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첫출근시
머리를 잘 잘랐다.
산뜻해 보인다는 말이 종종 들리고
최소한 머리가 이상하다, 지저분해보인다, 안어울린다
라는 말은 안들은 것으로 보아
일단 스타일링 시도는
긍정적인 것으로 스스로 평가를 내렸다.
그리고 나서 단발머리 한 달 뒤
스타일링에 대한 3가지 갈래길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할 시점이 왔다.
결정과 결과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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