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CURLY as I am

As Curly As I am

숏컷에 대한 온도차_반항 또는 여성성의 포기?

루미Lumi 2020. 7. 25. 16:33

Roger Ebert @ rogerebert.com "Jeanne Disson and Zoé Heran in "Tomboy (movie, 2011)."

 

긴머리를 싹둑 잘랐을 때

여성지인들은 환호를 보냈지만

남성지인들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무반응은 즉 암묵적 부동의임을 직감적으로 알았던 나는

나중에 넌지시 개인적으로 숏컷 변화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안어울리는 건 아닌데 좀 어색하다"

"남자같아 보인다. 여자같지가 않다"

이게 남성지인들의 한결같은 반응이었다.

(심지어 "무슨 불만이 있는 줄 알았다"

라는 반응도 들었다)

 

내가 사실 2년전부터 숏컷을 하고 싶었다고 하자

그제서야 "그래?"하는 반응이었다.

암묵적으로 '굳이 왜 숏컷을...?'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다만 몇 가지 재미있는 차이가 있었다.

(순전히 내기준일지도...)

 

1. 숏컷에 관한 저항감은

나를 직접 만난적이 없더라도

사진속의 내 긴머리 스타일을 본 적이 있는 남성이라면

공통적으로 나타낸 반응이라는 것이다.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SNS상 사진이나

공개된 인물데이터 정보 등을 통해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내 긴머리 때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직접 만나게 되었을 때

남성과 여성의 온도차도 뚜렷했다.

여성들은 사진 속 긴머리보다

숏컷이 잘어울린다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던 반면

남성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숏컷에 대한 낯설음 또는 약간의 거부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내 긴머리를 직접 본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2. 1번과 반대로

숏컷 후 나의 모습을 처음 알게 된 남성들은

기존 남성 지인에 비하여 숏컷에 대한 거부감을

훨씬 적게 나타냈다.

 

 

결론적으로

기존 나의 긴머리를 알고 있는 남성과

처음 나를 대면하고 있는 남성간

숏컷에 대한 반응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처음 접하는 스타일에 대한

낯설음이 이유라고 할 수는 없다.

여성들은 나를 알게 된 시기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숏컷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기 때문이다.

 

내 기존 긴머리를 알고 있는 남성들은

숏컷으로의 변화를 

여성성의 자발적 거부 또는 포기로 

느끼고 있는 듯하다.

 

반대로 숏컷 후 나를 알게된 남성들의 경우

처음부터 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여성성의 이미지가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숏컷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저 반응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

긴머리의 여성성은 

이미 일반적인 인식이기 때문에 

숏컷 후 알게 된 남성들 중 일부 역시

"여자분의 숏컷 스타일이 흔하지 않은데

잘어울시네요"

라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여성성이라는 것은

여성 자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인 남성들도 학습되는 측면이 강하고

특정 학습된 여성성에서 벗어난 

이미지를 접하게 될 경우 

여성 자신보다 

오히려 남성들의 거부반응이 

크게 나타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위 반응이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저 반응이 싫다는 것도 아니다.

 

남성들에게 여성의 숏컷은 

마치 여성들이 장발한 남성을 보는 듯한 느낌일 수도 있다.

짧은 머리는 남성성

긴 머리는 여성성을 대변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상대방의 성에 대해서

내가 가지지 못한 특성 내지 매력을 바라는 것은

본능에 가까우므로

숏컷을 한 여성은 아무래도

여성적인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는 것이다.

 

또한 예전에 남성의 장발이 록커 또는 히피 등 

기존질서에 대항하는 상징이었듯이

반대로 여성의 숏컷모습도

왠지 기존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게다가 나의 경우 직모나 볼륨매직이 아니라

곱슬의 컬이 그대로 살아난 숏컷이므로

타인이 스타일에 대한 생소함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이래저래 여성에게 숏컷이란 

사회적로는 부정적 내지는 낯설다는 평판

또는 여성적 매력의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내가 좀 더 어린 나이였다면

위와 같은 요소가 숏컷을 망설이는 장애요인이었을 것이다.

경험이 부족하고 외부 평가에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를 판단해보면

전문자격을 갖추고 일한지 거의 10년차를 바라보고 있고

내 전문영역 업무에서

친절함과 매너가 필요할지언정

여성적 사근사근함은 프로페셔널한 인상에 

오히려 장애요소임을 인식하게 되니

위와 같은 사회적 평판은 리스크라기 보다는 

오히려 이점이 되었으며, 

외부의 부정적 반응도 쿨하게 넘기거나

오히려 반박할 수 있을만큼 

경험과 요령이 쌓인 연차가 되었다.

 

스타일에 대한 다른 사람의 인식보다는 

내 스스로가 느끼는 만족감과 효용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침 출근 시간 절약

스타일링의 시간 및 노력 최소화 이점 때문에

당분간 숏컷에서 스타일 변형은 쉽지 않을 것 같다.